“멸실된 건물에 설정된 근저당이 신건물에 영향 미쳐 법정지상권이 성립되는지 여부”

법정지상권 성립여부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. 단순히 토지와 건물이 한사람 소유로 되어 있다가

경매 등 기타 적법한 원인행위로 인해 소유자가 달라졌다 하더라도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.

아래의 사례는 지난 1월 12일 있었던 대구지방법원의 판결로 대지와 건물에 대해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인데

건물은 멸실됐고, 대신 그 대지위에 새로운 건물이 건립된 상태에서 새로운 건물에 대해 법정지상권을

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.

▲멸실된 건물에 대한 법정지상권이 신 건물에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

대구에 사는 김씨는 대지와 건물을 담보로 돈을 차입하고 근저당을 설정했다. 하지만 건물은 공부상에만

존재했을 뿐 멸실된 상태였으나 해당 대지위에 미등기의 신 건물이 존재해 채권자는 그것이 공부상에 일치한

건물인 것으로 판단하고 돈을 빌려줬다. 신 건물은 20년동안 미등기 상태로 남아 있었다.

이 후 경매가 진행되면서 채권자는 신 건물이 미등기 건물임을 알게 되었고 대지만 경매로 진행돼 경락됐다.

경락 이후 1개월 사이에 김씨는 신 건물을 등기하고 제3자인 이씨에게 매매했다. 이 때 이씨는 경락인에게

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.

경락인의 주장은 이씨가 아무런 권리도 없이 신 건물을 소유하면서 대지를 점유하고 있으므로 건물을

철거하고 대지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.

김씨에게 신 건물을 매입한 이씨는 김씨 소유의 대지와 건물이 존재하다가 경매로 인해 대지와 건물의 소유자

가 달라졌으므로 김씨는 신 건물에 대해 법정지상권을 취득했고, 이씨는 김씨로부터 신 건물을 매수했으므로

결국 김씨를 대신해 대지소유자인 경락인에게 법정지상권등기절차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.

▲법원의 판단

이에 대해 법원은 이러한 경매절차에서는 건물소유자 이씨가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봤다.

이는 신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된다고 보게 되면, 근저당설정을 할 수 없는 건물에 대해 저당을

잡은 것이기 때문에 근저당권자는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점 등을 미뤄볼 때 경매로 인해 대지와 신 건물의

소유자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법정지상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.

그 이유로 △김씨는 신 건물을 담보로 제공할 의사로 근저당권자에게 대지와 구 건물에 관한 근저당설정등기

를 마쳐준 점, △근저당권자들 역시 만약 구 건물에 관한 등기가 신 건물과 상이한 사실을 알았다면

그에 따른 조치를 취했을 터인데,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경매절차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,

△만약 근저당권자가 근저당 설정 이전에 알았다면 당시 토지가치 2억3천만원에 비해 현격히 높은 10억원의

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점, △신 건물은 만약 등기 관계가 정리되었다면 대지와 함께 경매

로 매각될 운명이었다는 점, △구 건물과 신 건물에 대한 등기관계가 정리되지 못하여 부득이 신 건물 대신

구 건물의 등기부에 근저당설정등기가 마쳐진 경위와 관련하여, 만약 그것이 당시 김씨의 기망에 의한 것이었

다면 김씨로서는 대지와 구 건물의 근저당권자에게 법률상의 책임을 져야 할 입장에 있는 점, △대지와 그 지

상 건물을 담보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가졌던 김씨에게 신 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을 취득하게 한다면 법정지

상권 제도의 취지와 어긋나게 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들어 경매로 인해 대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가 달라

졌음에도 불구하고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.

법원은 법정지상권제도를 둔 취지에 대해 <대지와 건물을 별개의 부동산으로 보는 우리 법제에서 대지와 건물

중 어느 하나를 저당하게 되는 경우 소유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매가 진행될 수 있는데, 이로 인해 새로운

대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 사이에 토지이용에 관해 원활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건물소유자는 건물을 철거

해야만 하고, 이렇게 되면 건물의 가치도 저하되고 건물소유도 위협을 받게 되는 등 불합리한 현상을 피하기

위해 만든 취지>라고 설명했다. 즉, 건물이 부당하게 철거당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취지라는 것이다.